SAWAYAMA

SAWAYAMA

"작업이 절반 정도 마무리됐을 때쯤 깨달았어요. 이번 앨범은 가족에 대한 앨범이 될 거라는 걸 말이에요."라고 말하는 Rina Sawayama. 상당히 개인적인 주제를 다양한 장르로 승화시키기 위해 공동 작곡 방식을 택했다. "곡 작업 중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작곡가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멜로디나 곡의 일부분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 예를 들어 The 1975의 Adam Hann은 이번 앨범의 기타 파트 녹음에 많은 도움을 줬어요." Rina Sawayama는 일본 니가타 현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주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정치학, 심리학, 사회학을 전공했고 초기에는 불확실했던 음악 커리어를 쌓으며 프로 모델 일을 함께했다. 2017년 발매된 미니 앨범 'RINA'에서 이미 음악적 역량을 증명했던 그가 대망의 첫 정규 앨범과 함께 돌아왔다. 이 앨범은 누 메탈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기상천외하고 재기 발랄한 사운드는 그가 앞으로 보여줄 예술 세계의 청사진과 같다. 분명 실험적인 앨범이지만 그 와중에도 팝적인 기조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다른 프로덕션을 죄다 없애고 오직 멜로디만 남겼을 때도 여전히 팝처럼 들리느냐가 곡을 만들 때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기준이에요."라고 말하는 Rina Sawayama. 자신의 노래가 마이너적인 측면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만, 대중에게도 충분히 통할 거라고 자신한다. "큰 공연장을 꽉 채우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그의 자신감이 결코 헛되고 무모한 것이 아님을 명백하게 증명해 줄 데뷔 앨범을 트랙 별로 살펴보자. Dynasty "사운드 자체도 워낙 강렬하지만 주제나 가사 면에서 봤을 때도 이 노래로 앨범 문을 여는 게 마땅하다 싶었어요. 세대 간 갈등에 대한 내용인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해서 다 같이 생각해보자.'라고 청하고 있는 거예요. 리스너들에게 띄우는 일종의 초대장이죠. 저는 뭐든 항상 학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요. 노래도 논문 쓰듯이 쓰죠. 에세이스럽게 타이틀을 붙이자면, '나와의 사슬을 끊지 않겠습니까? (Won't you break the chain with me?)'라고 하면 적당할 것 같네요. 프로덕션이 가장 까다로웠던 곡 중 하나에요. 곡 작업 당시 Logic에 트랙이 250개나 있었거든요." XS "톱 작곡가인 Nate Campany와 Kyle Shearer, Chris Lyon와 같이 쓴 곡이에요. 우리가 LA에서 함께 작업한 첫 작품이기도 하고요. 세 사람이 시험 삼아 이런저런 기타 리프를 만드는 걸 보면서, '거친 느낌이 나면서도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 있는 팝 튠을 만들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말했죠. '나는 N.E.R.D. 음악을 무척 좋아하고, 그런 식의 기타 사운드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이죠. 그래서 생기발랄한 느낌을 강조하려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잔뜩 집어넣은 거예요." STFU! "이 노래는 이번 앨범의 첫 선공개 싱글이었어요. 한동안 활동이 뜸하다가 오래간만에 신곡을 공개하는 거라 팬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었죠. 바로 전에 냈던 싱글 트랙 'Flicker'도 그렇고 이 곡도 그렇고, 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둘 다 밝고 에너지가 넘쳐요.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거든요. 제가 사운드로 색다른 장난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궁극적으로는 팝 앨범이니까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만한 포인트가 필요해요. 다행스럽게도 이 노래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해 주고 있어요." Comme Des Garçons (Like the Boys) "이 노래는 Britney Spears와 작업을 많이 했던 Nicole Morier와 Bram Inscore가 함께 써 준 거예요. 베이스라인이 정말 맘에 쏙 드는 노래죠. 제 기억으로는 우리가 같이 일한 게 이번이 두 번째였을 거예요. 제가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에 관한 노래를 쓰고 싶다.'라고 했더니, Nicole이 자기도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라면서 너무 재밌겠다고 맞장구를 쳐 줬어요. 그녀는 Beto O’Rourke 의원이 경선에서 패하고 나서도 계속 '나는 이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그러니 괜찮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게 참 이해가 안 갔다더라고요." Akasaka Sad "이 곡은 콜라보레이터 없이 저 혼자 썼어요. 자작곡의 경우 개인적 감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지만, 저는 최대한 저를 지우고 보편적 관점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이게 진짜 네가 겪었던 일이냐, 100% 사실이냐 아니냐 따위를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사적인 얘기도 얼마든지 보통의 얘기가 될 수 있는데 말이죠. 저는 사실 혼자 곡 쓰는 게 익숙한 사람이에요. 누군가와 같이 곡을 쓴 건 이번 앨범이 처음이었죠. 데뷔 EP 'RINA'의 경우 가사와 멜로디는 전부 제가 썼고, 프로듀싱만 Clarence Clarity한테 맡겼었거든요. 솔직히 지금까지는 '같이 곡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노래는 저 혼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까 굳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들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요. 그런데 같이 작업을 해 보니 결과적으로 혼자 할 때보다 훨씬 낫더라고요. 제가 미처 못 하는 생각을 다른 사람이 하기도 하니까, 가사도 멜로디도 아이디어도 한결 다채롭고 풍성해졌거든요." Paradisin’ "이 노래는 10대 시절 내 인생을 TV 쇼로 만든다면, 오프닝 곡이랑 사운드트랙은 어떤 게 좋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어요. 일종의 TV 쇼 테마송인 셈인데, 듣고 있으면 영화 '페리스의 해방'이 자꾸만 떠올라요. 80년대 노래처럼 템포가 빨라서 그런가 봐요. BPM이 130~140 정도 되거든요. 10대 때 저는 정말 거칠었고, 모험심도 남달랐어요. 그런 기질이 이런 식으로 표출이 된 거죠. 노래에 엄마 음성이 약간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제 목소리예요. 제 목소리의 톤을 조금만 낮추면 엄마 목소리랑 거의 똑같더라고요." Love Me 4 Me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에서 가장 천진난만하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노래가 아닐까 싶어요. 원래는 완전 80년대 사운드였는데, 약간 붕 뜨는 느낌이어서 뉴 잭 스윙 스타일로 다시 다듬었죠. 얼핏 들으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구애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전혀 아니에요. 이건 저 자신에게 띄우는 메시지예요. 'If you can't love yourself, how are you going to love somebody else?'라는 가사는 결국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 거죠. 이건 사실 유명한 드래그 퀸 RuPaul의 말을 인용한 거예요. 저는 모든 면에서 자신감이 한참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이 말이 제 뼈를 때렸죠. '먼저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정말 너무 맞는 말이잖아요. 모든 관계의 기본이기도 하고요. 물론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지만, 어떠한 측면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 정체성이든, 어떤 정체성이든 간에요. 이 메시지는 이번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해요." Bad Friend "이 노래를 쓰기 직전에 우연히 오랜 친구를 만났어요. 친구가 아기를 갖게 됐다는 걸 SNS를 통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어요. 실감이 안 났다고 해야 할까요. 근본적으로 이미 사이가 소원해졌기 때문일 테지만요. 아무튼 그때 깨달았어요. 어느 순간 우리 모두가 나쁜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요. 그 상황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옮긴 게 바로 이 'Bad Friend'예요. 노래 첫 번째 후렴구에서 우리는 같이 일본 여행 갔었던 때 얘기를 하고 있어요. 둘이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있지만 그 끝에는 허무함만이 남아요. 마치 신나게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평지에 발을 디뎠을 때처럼 말이에요. 코러스에 삽입된 보코더 사운드에는 그런 공허한 느낌이 반영되어 있어요. 제가 새로운 관계나 연애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라서, 오래 관계를 이어온 친구는 정작 몇 안 돼요. 이 친구의 경우엔 완전히 제쳐놓고 살았던 거고요. 한동안 뜸했지만 지금은 다시 연락을 하고 있으니 잘 됐죠 뭐. 앨범이 나오기 전에 이 노래를 그 친구에게 먼저 들려줄 생각이에요." F**k This World (Interlude) "저는 우주를 둥둥 떠다니고 있어요.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전혀 신경 안 쓰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세상일을 그저 관망하고만 있죠. 그러다 갑자기 라디오 신호가 잡히면서 지구로 강제 소환돼요. 거대한 공연장 같은 곳으로 뚝 떨어지죠. 애초에는 노래가 길었는데, 짧아도 내용 전달에는 문제가 안 될 것 같아서 확 줄이기로 했어요. 모든 노래가 꼭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갖춰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Who’s Gonna Save U Now?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치 대규모 록 콘서트 공연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에요. Rich Cooper, Johnny Latimer와 함께 만들었는데, 처음 썼을 땐 꼭 90년대 Britney Spears 노래 같았어요. 아레나 록 느낌은 전혀 없었죠. 그런데 그 주에 '스타 이즈 본'이랑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어요. 결과적으로 그 두 영화의 영향을 엄청 받았죠. 아시다시피 둘 다 음악 영화고 무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저는 여기 나오는 이 '스테이지'라는 것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스토리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인물의 캐릭터와 삶을 대변하는 흥미로운 메타포라고 생각해요. '스타 이즈 본' 첫 장면을 보면 남자 주인공이 무대 위에 서 있잖아요. 수만 관중이 열광하지만, 정작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자신이 누구인지 뭘 하고 있는지조차 몰라요. 반면, '보헤미안 랩소디'의 Freddie Mercury는 아주 펄펄 날죠. 그 어떤 역경이 닥쳐도 무대 위에서만큼은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보세요. 같은 배경이지만 주인공의 태도는 전혀 다르잖아요. 가만 생각해보면 뭐든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도, 맹세코 단 한 번도 복수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나도 똑같이 되돌려 줄 거야.'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보란 듯이 성공해서 너희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직접 증명할 거야.'라고 다짐했을 뿐이었죠." Tokyo Love Hotel "여행을 마치고 막 일본으로 돌아왔을 때, 한 무리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 한복판에서 막 고함치고 있는 걸 우연히 목격했어요. 무슨 디즈니랜드쯤 왔다고 생각하는지,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너무 시끄러웠고, 매너가 아주 엉망진창이었어요. 가보시면 알겠지만 일본은 결코 그런 나라가 아니거든요. 사람들 모두 굉장히 정중하고 공손해요. 남한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예의를 무척 중요시하죠. 저 역시 그런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요. 하지만 그 관광객들은 정말이지 너무 막무가내였어요. 일본에는 보통 '러브호텔'이라고 부르는 숙박업소가 있어요. 정말 단순하게 캐주얼한 섹스를 즐기러 가는 곳이죠. 저한테는 이 관광객들이 그런 부류의 사람들처럼 느껴졌어요. 일본이라는 나라, 혹은 도쿄라는 도시 자체를 싸구려 취급하고 업신여기는 것 같았죠. '도쿄는 정말 멋진 곳이다, 너무 좋다.'라고 입에 발린 소리들을 하지만,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제대로 알려는 생각도 없고,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자신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이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 존중심 없고 무례한 태도에 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하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외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가사를 썼어요. 'Bad Friend'에서 그런 것처럼요. 매 후렴구 끄트머리에 반복되는 'Oh, but this is just another song about Tokyo'라는 구절을 보면 대충 감이 잡히실 거예요. 사실 겉모습만 보면 한 민족이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미묘한 이질감을 느끼거든요. 같은 일본 사람이라는 동질감과 소속감, 이민자로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소외감과 아웃사이더가 된 기분을 동시에 느끼는 거죠." Chosen Family "제목이 뜻하는 '선택 가족'이라는 건 본래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만든 가족을 의미해요. 퀴어 커뮤니티에서는 상당히 보편화된 개념이죠. 커밍아웃을 하면서 가족 혹은 지인들과 멀어지는 일이 허다했으니까요.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상처받은 후,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동지들과 유사가족 관계를 맺으면서 안정감을 되찾은 거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대학 시절을 포함해서, 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던 몇몇 시기에 LGBTQ 커뮤니티로부터 정말 큰 도움과 위안을 받았어요. 무너질 뻔한 저를 지탱해 주고 따뜻하게 보듬어줬죠. 바로 그들을 위해서, 가족과 다를 바 없는 LGBTQ 형제자매들을 위해서 이 노래를 쓴 거예요. 메시지는 그뿐이에요. 복잡한 뜻은 전혀 없어요." Snakeskin "이 곡의 제목은 핸드백을 상징해요. 우리가 흔하게 드는 뱀 가죽 가방 말이에요. 여기서는 베토벤의 'Pathetique'를 샘플로 썼어요. 저한테는 추억이 담긴 곡이죠. 엄마가 피아노로 종종 연주하시곤 했었거든요. 분명 다른 것도 치셨을 테지만, 아쉽게도 기억나는 게 이것밖에 없어요. 엄마의 환갑 생신 때, 저는 엄마한테 한 가지 질문을 했었어요.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나서, 마침내 60대에 들어선 기분이 어떠냐고요. 엄마는 말씀하셨어요. '이젠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고, 하고 싶은 걸 하고,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그 한 마디가 제 가슴 깊숙이 박혔어요. 순간, 그 말과 그녀의 목소리로 앨범을 매듭짓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었죠. 왠지 모르게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이 곡을 마지막에 넣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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